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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후기] EK 에미레이트 항공 승무원 합격자 이정은씨의 합격 후기

˚ [최종합격] 항공 입사

by 호이얀 2008. 8. 25.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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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후기] EK 에미레이트 항공 승무원 합격자 이정은씨의 합격 후기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10번 고배 끝에 취업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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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항공 취업한 임정은씨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10번 고배 끝에 취업 성공” <이코노미플러스>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공동으로 해외 취업 특집을 진행한다. 외국어와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세계를 안방처럼 넘나들겠다는 디지털 노마드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의 도전 현장을 따라가 본다.

  이름은 임정은. 올해 스물다섯살이다. 아마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나는 한국으로부터 9시간반 거리의 중동에 위치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항공승무원이 되기 위한 5주간의 교육을 받고 있을 것이다.

 2004년 2월 나는 인제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승무원 시험을 준비한 건 졸업을 얼마 남겨 두지 않았던 2003년 11월. 미래가 답답하기만 하던 나는 궁리 끝에 외국 항공사 취업을 목표로 삼았다. 4학년이 끝나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생각이 없었다. 막연히 방송국에 취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준비를 한 것도 아니었다.

 이런 취업 딜레마에 빠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3학년을 마친 후 1년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겸한 여행을 떠났다. 영어의 중요성이야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고 ‘세계에서 가장 힘센 나라라는데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한 번 가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난생 처음 간 외국이었는데 별로 낯설지 않았고, 그쪽 사람들의 생활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면서도 여가를 충분히 즐기는 모습은 9·11 테러로 뒤숭숭하다는 국내 매스컴 보도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적극적인 생활을 했다. 


어학연수가 바꿔놓은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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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동안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복학을 했다. 다들 너무 달라진 내 모습에 놀랐고, 칭찬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였다. 1년간의 미국 생활을 겪은 뒤라 한국 생활도 좀처럼 마음을 붙일 수 없었다. 결국 우울한 마음으로 대학 생활의 마지막 1년을 거의 소진하고 말았다.  부모님은 ‘여자는 적당한 직장 골라 다니다 좋은 남자 생기면 시집 잘 가는 것이 최고’라는 지론을 가진 보수적인 분들이었지만, 나는 내 꿈과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미국 연수중에 만난 한 친구가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나는 항공사 승무원이 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흘려들었는데, 진로 결정이 코앞에 닥쳐오자 그 친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보다 넓은 세상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 이렇게 목표를 정하자 갈 길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승무원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다니는 예비 학원을 등록했다. 집과 학교가 부산이라 부산에 있는 학원을 찾았다. 일단 12월부터 2월까지 ‘외항사’ 준비반에 들어갔다(외국계 항공사를 줄여 ‘외항사’라 부른다). 가르치는 강사들도 모두 외국인이었다. 기본적인 영어 말하기, 듣기, 읽고 쓰기 수업과 인터뷰 준비가 주요 강의였다. 부수적으로 메이크업, 인사법, 미소 짓기 등 매너 관련 강의도 들었다.

 강의가 끝난 후엔 외항사 승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만든 스터디 모임에 들어가 공부했다. 이 모임은 기본 하루 3시간에 토요일도 모여서 듣기, 영자신문 읽고 토론하기, 인터뷰 연습하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빠듯했지만 확실한 목표가 생기자 힘든 줄 몰랐다. ‘Second is none’.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다소 살벌한 이름의 스터디는 4~5명의 소수 정예로 운영되었다. 두 달 버티면 합격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모임이었다. 



‘2등은 없다, 1등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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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자 실전에 통하는지 궁금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항공사 승무원 채용 시험에 응모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국내 항공사였는데 1차 시험에서 모두 탈락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열 번이나 떨어지고 나니까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나랑 맞지 않는 건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외국계 회사 쪽을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들 1년 정도는 준비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겨우 6개월 남짓 준비한 것에 불과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아랍에미리트항공에서 승무원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4월말 1차 시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한국인 면접관이 영어 구사 능력 위주로 테스트를 했다. 최초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작은 자신감을 얻었다.

 막상 시험은 봤지만 나는 중동 지역 항공사란 점이 찜찜했다. 이라크전쟁 등으로 부정적인 선입견만 가득했던 것이다. 내심 싱가포르항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1차 합격 후 알아보니 부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굉장히 매력적인 근무처였다. 근무 조건이나 보수 등도 그랬지만, 항공사가 있는 두바이란 도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간 지점에 위치해 거주민의 90%가 외국인일 정도로 세계적인 도시였다. 부정적 이미지가 가시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일었다.

 5월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2차 면접이 이어졌다. 현지 직원 2명이 직접 한국에 와 면접을 실시했다. 시험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이어졌다. 1대 1 테스트가 먼저 이뤄졌다. 짧은 글을 읽고 그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이해도와 언어 능력을 보는 시험, 사진 한 장을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것 등이었다. 언어도 중요하지만 면접관들은 얼굴에 잡티가 없는지, 피부 상태는 좋은지, 몸에 흉터나 상처가 없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눈치였다.

 면접이 끝나자 곧바로 합격, 불합격자가 판정되었다. 점심식사 시간 전까지 합격자 위주로 그룹 토론이 이어졌다. ‘당신에게 서로 다른 인종으로 구성된 사람들을 2인 1팀으로 나눠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구성을 하겠는가?’가 토론 주제였다. 나는 서로 이해도가 가장 낮은 사람들끼리 조를 편성할 것을 주장했다. 국적을 떠나 화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국제인이란 맥락이었다. 어떤 사람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느냐도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데 운이 좋았다. 좋은 팀원을 만난 덕분에 9명 중 6명이 살아남았다. 아침에 300명이 넘던 응시자 중 그룹토론 합격자까지 남은 인원은 모두 63명. 마지막 집중 면접이 남아 있었다.

 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어떤 일을 해봤는가? 뭘 느꼈는가? 동료와 싸운 경험은 있는가?’ 등 끊임없는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나는 미국에서의 연수 경험, 특히 세탁소에서 일한 경험을 얘기했고, 대학에 다닐 때 잠깐 방송 분야에 뜻을 두고 있었는데 맹인복지관에서 ‘낭독 봉사’를 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덧붙여 항공사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더 주어져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나는 다른 응모자에 비해 사회 경험이 적은 만큼 보다 확실하게 내 생각과 주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르바이트·자원봉사 경험이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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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말 최종 합격 통보서와 9월말쯤 출국할 것이란 스케줄을 함께 전달받았다. 기뻤지만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보통 1년은 준비하고 겪어야 합격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채 1년도 안되어 합격하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9월로 예정된 출국일이 계속 미뤄지더니 해를 바꿔 3월17일 최종 출국 날짜를 받았다. 그 사이 54명의 최종 합격자들 대부분이 출국을 했다. 나는 혹시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조바심만 치며 지난 8개월을 지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최종 출국 날짜를 받고 나니 제대로 시간을 관리치 못하고 허송세월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두바이로 가면 일단 현지에서 5주간 교육을 받게 된다. 승객 구조, 응급 처치, 서비스 등이 교육 과목이다. 2회 가량 견습 비행(스피드 웨이라고 함)을 하면 정식 승무원으로 일하게 된다. 근무 여건은 무척 좋은 편이다. 한 달 비행 시간이 최대 80시간으로 엄격하게 지켜진다. 급여는 기본수당과 비행수당으로 구성되는데 한 달 평균 200만~300만원 정도. 1년 정도 지나면 연봉을 3600만원 정도 받는다. 결정적으로 아랍에미리트는 세금이 일절 없다.

 여기에 기숙사가 무료로 제공된다. 3명이 아파트를 함께 쓰는데 3개의 방을 개인이 각각 사용하고, 주방과 거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각종 공과금은 물론 세탁비까지 회사가 내준다. 무엇보다 아랍에미리트항공(EK) 직원은 두바이에서 각종 할인 혜택을 받는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항공사 소유주가 그 나라에서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들었다.

 현재 이 항공사에는 200여명의 한국인 승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나와 함께 최종 합격한 54명은 기수로 7기에 해당된다. 나보다 일주일 먼저 두바이에 도착한 같은 합격자로부터 며칠 전 e메일이 왔다. “와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이라며 “너도 와 보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출국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금, 막내딸을 먼 외국으로 보내야 하는 부모님은 “안 가면 안되느냐”고 하신다. 심정적으로는 허락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출국하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끝으로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 국내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외모를 많이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외국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어학 실력이나 외국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본다. 나와 함께 합격한 사람 중에는 키가 160cm도 안되는 분도 여럿 있다. 좀 막연하지만 과연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를 많이 보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영어 공부.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엔 어학연수가 큰 도움이 되었지만, 국내에서만 공부했는데도 정말 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끝으로 조급하게 굴지 말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2년을 준비한 언니도 이번에 함께 합격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멋진 유니폼, 세계를 넘나드는 화려한 생활에 대한 동경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무원에 도전하면서 깨달은 건 정말 힘든 직업이란 점이다. 흔히 항공사 승무원의 노동 강도를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보랏빛 꿈만 좇는다면 하루 빨리 깨는 편이 낫다.

여러분도 꼭 꿈을 이루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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